▦ 대한민국에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
스스로는 황희 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얼핏보면 공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비판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이것이 결국 악을 조장하고 지금껏 선을 좌절시켜왔다.
지금까지 군사독재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판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악한 자들을 가장 크게 도와준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 김대중의 '잠언집' 中 -





by 죽엽 | 2009/08/18 20:37 | 사회 | 트랙백 | 덧글(1)

19460901 ~ 20090523



글쓸 기력도 없어서, 메신저에 삼베표시만 올려놓고 있다가...그래도 이글루에 관련글이라도 하나 올려두려고 다음을 거쳐 네이버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이미 프로필에 [생몰 1946년 9월 1일 ~ 2009년 5월 23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정신이 들었다. 아, 그래. 오늘이 30일이었지... 

소식을 들은 것은 전철 안. 집으로 돌아오다가 친구 일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처음엔 농담인줄 알았다. 얘가 언제부터 노태우에 관심이 있었다고... 당뇨로 고생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그렇게 된건가 싶어 확인차 다시 물어봤는데. 정말 난 아무생각없이 물어본건데. 그랬는데. ...머리가 멍하더라. 아무도 보지않는 전철광고를 틀어대던 천장티비에서 갑자기 속보라며 뉴스가 흘러나왔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인은 두부손상... 부엉이바위에서... 그리고 산달이 얼마남지 않은 다소곳하던 친구가 처음으로 보내온 욕설섞인 문자를 봤어.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창을 열었어. 가는 커뮤니티, 게시판 모두가 당신 얘기였다. 며칠째 밤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는데, 그래도 왠지 시청에 나가봐야 할 것 같은거야. 부채의식 때문이었는 지도 모르지. 그래...비난하진 않았지만 지켜주진 못했잖아. 나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어서. 대답없는 촛불을 들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정치에서 정신 좀 떼어놓고 싶었어.

나는 노무현지지자였고,
대선 때 시청광장에서 노무현이 당선되는 걸 봤고,
탄핵 때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을 흔들었고,
이라크파병 한다기에 반대시위 때도 나갔고 - 이거, 나중에 당신이 고마워했다는 말 듣고 눈물이 났다. -,
그리고 서거일에 또 시청에 나갔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BBC에 댓글도 달았어.

아...그래, 늘어놓고보니 전문시위꾼 맞네. 바퀴벌레같은 누구들 말마따나. 광우병 반대집회 때도 나갔고 밟혀죽을 뻔도 했지. 정의구현사제단 용산참사 미사할 때도...일일이 다 기억도 안난다. 물론 시간이 처남아돌아서 저질체력인 몸 이끌고 나간 거 아님.

시청에서...기억나는 건 전경들이 시청쪽 2번출구는 완전히 막아서 차도로 돌아갔다는 거, 시민들이 만든 분향소 영정이 너무 작고 초라해서 계속 눈물이 났던 거, 전경들이 전경버스로 대한문 앞 분향소를 완전히 둘러막자 사람들이 버스 위에 국화를 주욱 붙인 거, 전경들에 막혀서 들어오지 못한 시민들이 나무마다 신문사진을 오려서 붙여놓고 그 앞에 촛불과 국화를 놓았던 거. ...그리고 케링님. 이런 날을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니까. ...정말 고마웠어요. (덧붙여 영결식할 때 같이 나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박일리ㅠㅠ)

채운, 하얀 나비, 하얀 비둘기, 무지개. ...YTN에서 날린 노란 포스트잇.
150만이 넘는 노란색의 인파들. 당신을 보내는 국민들의 눈물.

나도 내가 다니는 몇 안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울었다.
당신 덕분이었다. 지지말자고 힘내자며 올라온 저 수많은 글들 모두가.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덥혀주는 목소리들이.
나는 당신을 좋아했다.
정말 좋아했다.






by 죽엽 | 2009/05/30 10:48 | 사회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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